[한겨레신문 기고] 법정의 참 군인과 비굴한 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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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hani.co.kr/arti/opinion/because/1243357.html
국가유공자행정심판사무소 진진화대표께서 한겨레신문에 기고한 칼럼입니다.(26년 2월 5일자 신문)
오래전 필자가 소위 계급장을 달고 처음 임관하던 날 가슴에 새긴 문구는 ‘위국헌신 군인본분’(爲國獻身 軍人本分)이었다. 군인은 오직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함이 본분이며, 그 신념은 제복 입은 자의 영혼과도 같다. 그러나 최근 12·3 내란 사태와 그 재판 과정에서 우리가 목도한 현실은 처참했다. 그곳에는 명예로운 군인정신의 수호와 추악한 권력욕의 발로라는 ‘양면의 군인정신’이 공존하고 있었다.
재판정에는 두 부류의 군인이 서 있었다. 한쪽에는 자신의 안위와 영달을 위해 불법적 계엄 명령에 동조하고도, 인제 와서 “명령에 따랐을 뿐”이라며 발뺌하는 비굴한 이들이 있었다. 그들은 제복의 명예를 사적인 인연과 권력의 하사품으로 맞바꿨다. 국민의 국회로 총구를 돌리고도 처벌을 면하려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는 모습은 군인이라 부르기조차 민망한 부끄러움이었다.
그러나 그 어둠 속에서도 군의 기개를 증명한 떳떳한 군인들이 있었다. 46년 전 12·12 군사반란 당시, 서슬 퍼런 반란군에 맞서 “역사의 죄인이 되지 마라”며 홀로 저항했던 고 장태완 장군의 기개를 우리는 이번에도 보았다. 상급자의 서슬 퍼런 압박 속에서도 “한강 다리를 넘지 마라”, “서울 진입 헬기를 띄우지 마라”며 불법적 명령에 결연히 항거한 후배들이다. 이들은 고 장태완 장군이 보여준 ‘참 군인’의 계보를 잇는 이들로, 직을 걸고 ‘정의로운 항명’을 선택했다. 이들의 용기 덕분에 대한민국은 유혈 사태를 막고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를 지켜낼 수 있었다.
이제 우리 군은 이 극명한 대비를 거울삼아 분골쇄신해야 한다. 정권의 시녀가 아닌 ‘국민의 군대’로 거듭나기 위한 세가지 변화를 촉구한다.
첫째, ‘맹목적 복종’의 관행을 걷어내고 정당한 거부권을 제도화해야 한다. 군인의 복종은 헌법과 법률 안에서만 유효하다. 상급자의 지시가 국가를 위태롭게 하는 불법적 명령일 때, 이를 공식적으로 문제 제기하고 거부할 수 있는 ‘적법성 검토 절차’와 ‘신분 보장 장치’가 실질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군령의 엄중함이 불법의 도구로 악용될 때 이를 멈춰 세우는 것은 제복 입은 자의 ‘양심’이자 ‘책무’다.
둘째, 군의 인사 시스템을 정치로부터 완전히 독립시켜야 한다. 특정 라인이나 정치적 이해관계가 인사를 좌우할 때 ‘정치 군인’은 독버섯처럼 자라난다. 오직 실력과 도덕성, 국가에 대한 충성심으로 평가받는 공정한 인사만이 당당한 헌법 수호자를 길러낼 수 있다. 부당한 외압에 굴하지 않고 오직 국민과 국가만을 바라보는 올곧은 군인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고 오히려 영전하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셋째, 장교단의 교육 철학을 국민 중심으로 혁신해야 한다. 적을 제압하는 기술(어떻게)보다 ‘무엇을 위해 총을 드는가’(왜)에 대한 가치관 교육을 선행해야 한다. 단순히 군사 기술만 가진 ‘기술자’가 아니라,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애국적 군인’이자 ‘민주 시민’으로서의 소양을 함양해야 한다. 장교 교육은 ‘무기를 다루는 법’뿐만 아니라 ‘무기를 들고 있는 손의 목적’을 가르치는 철학적 개조가 필요하다.
제복은 권력자의 하사품이 아니라 국민이 빌려준 신뢰의 상징이다. 국민의 신뢰를 잃은 군대는 아무리 최신 무기로 무장해도 ‘오합지졸’에 불과하다. 이번 사태를 뼈저린 교훈으로 삼아, 우리 군이 다시 국민의 가슴 속에 ‘국가의 방패’로 바로 서기를 간절히 바란다.
후배들이여, 훗날 역사가 당신들의 이름을 기록할 때 비굴하게 살아남은 자가 아닌, 고 장태완 장군처럼 ‘위국헌신’의 본분을 다한 당당한 군인으로 남길 바란다. 그것이 33년을 군에서 보낸 선배의 당부이자 대한민국 군대의 살길이다.
https://www.hani.co.kr/arti/opinion/because/1243357.html
국가유공자행정심판사무소 진진화대표께서 한겨레신문에 기고한 칼럼입니다.(26년 2월 5일자 신문)
오래전 필자가 소위 계급장을 달고 처음 임관하던 날 가슴에 새긴 문구는 ‘위국헌신 군인본분’(爲國獻身 軍人本分)이었다. 군인은 오직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함이 본분이며, 그 신념은 제복 입은 자의 영혼과도 같다. 그러나 최근 12·3 내란 사태와 그 재판 과정에서 우리가 목도한 현실은 처참했다. 그곳에는 명예로운 군인정신의 수호와 추악한 권력욕의 발로라는 ‘양면의 군인정신’이 공존하고 있었다.
재판정에는 두 부류의 군인이 서 있었다. 한쪽에는 자신의 안위와 영달을 위해 불법적 계엄 명령에 동조하고도, 인제 와서 “명령에 따랐을 뿐”이라며 발뺌하는 비굴한 이들이 있었다. 그들은 제복의 명예를 사적인 인연과 권력의 하사품으로 맞바꿨다. 국민의 국회로 총구를 돌리고도 처벌을 면하려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는 모습은 군인이라 부르기조차 민망한 부끄러움이었다.
그러나 그 어둠 속에서도 군의 기개를 증명한 떳떳한 군인들이 있었다. 46년 전 12·12 군사반란 당시, 서슬 퍼런 반란군에 맞서 “역사의 죄인이 되지 마라”며 홀로 저항했던 고 장태완 장군의 기개를 우리는 이번에도 보았다. 상급자의 서슬 퍼런 압박 속에서도 “한강 다리를 넘지 마라”, “서울 진입 헬기를 띄우지 마라”며 불법적 명령에 결연히 항거한 후배들이다. 이들은 고 장태완 장군이 보여준 ‘참 군인’의 계보를 잇는 이들로, 직을 걸고 ‘정의로운 항명’을 선택했다. 이들의 용기 덕분에 대한민국은 유혈 사태를 막고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를 지켜낼 수 있었다.
이제 우리 군은 이 극명한 대비를 거울삼아 분골쇄신해야 한다. 정권의 시녀가 아닌 ‘국민의 군대’로 거듭나기 위한 세가지 변화를 촉구한다.
첫째, ‘맹목적 복종’의 관행을 걷어내고 정당한 거부권을 제도화해야 한다. 군인의 복종은 헌법과 법률 안에서만 유효하다. 상급자의 지시가 국가를 위태롭게 하는 불법적 명령일 때, 이를 공식적으로 문제 제기하고 거부할 수 있는 ‘적법성 검토 절차’와 ‘신분 보장 장치’가 실질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군령의 엄중함이 불법의 도구로 악용될 때 이를 멈춰 세우는 것은 제복 입은 자의 ‘양심’이자 ‘책무’다.
둘째, 군의 인사 시스템을 정치로부터 완전히 독립시켜야 한다. 특정 라인이나 정치적 이해관계가 인사를 좌우할 때 ‘정치 군인’은 독버섯처럼 자라난다. 오직 실력과 도덕성, 국가에 대한 충성심으로 평가받는 공정한 인사만이 당당한 헌법 수호자를 길러낼 수 있다. 부당한 외압에 굴하지 않고 오직 국민과 국가만을 바라보는 올곧은 군인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고 오히려 영전하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셋째, 장교단의 교육 철학을 국민 중심으로 혁신해야 한다. 적을 제압하는 기술(어떻게)보다 ‘무엇을 위해 총을 드는가’(왜)에 대한 가치관 교육을 선행해야 한다. 단순히 군사 기술만 가진 ‘기술자’가 아니라,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애국적 군인’이자 ‘민주 시민’으로서의 소양을 함양해야 한다. 장교 교육은 ‘무기를 다루는 법’뿐만 아니라 ‘무기를 들고 있는 손의 목적’을 가르치는 철학적 개조가 필요하다.
제복은 권력자의 하사품이 아니라 국민이 빌려준 신뢰의 상징이다. 국민의 신뢰를 잃은 군대는 아무리 최신 무기로 무장해도 ‘오합지졸’에 불과하다. 이번 사태를 뼈저린 교훈으로 삼아, 우리 군이 다시 국민의 가슴 속에 ‘국가의 방패’로 바로 서기를 간절히 바란다.
후배들이여, 훗날 역사가 당신들의 이름을 기록할 때 비굴하게 살아남은 자가 아닌, 고 장태완 장군처럼 ‘위국헌신’의 본분을 다한 당당한 군인으로 남길 바란다. 그것이 33년을 군에서 보낸 선배의 당부이자 대한민국 군대의 살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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